조회 수 : 4650
2013.02.13 (19:33:47)

일시 :2013년 2월11-12일

코스 : 화엄사-노고단-연하천산장-벽소령 산장-세석산장 (1박)-장터목-천왕봉-중산리

준비물:

일행 : 나홀로

 

해년마다 가는 지리산 종주..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왔지만 계속 미루는 일이 잦았다

1월 말일 주말에 갈려고 했는데 이번엔 집안일이 생겨서 못가고 결국 명절 휴일을 맞아서 설악산과 지리산을 놓고 저울질을 했고

등산학교 동기언니가 같이 설악산이나 가자고 했는데 하루전날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못간다고 하여서 결국 지리산으로 낙찰..

 

10일날 20시30분 버스를 타고 구례에 도착해 식당에서 밥을 먹고 11시40분 부터 산행을 시작..

명절이라 그런지 평소에 달빛이 길을 인도해 주었는데  이날은 사방이 어둠 컴컴 하다

택시 기사 말로는 연거푸 조심 하라고 하지만   다 아는길이다고 안심을 시키고  천천히 노고단을 향해서 올라간다

 

오랫만에  워킹이라  엄청 피곤 하고 힘들줄 알았는데  그동안 출근 할때마다 운동삼아 1시간 가량을 걸어서 그런지 다리가 그렇게 아픈걸 느끼지 못하다

그러나 문제는  잠...

코재 지나서 노고단 대피소까지 1km 남은 지점에 오니 드뎌 눈꺼플이  무거워 온다.

벌써부터 이러면 오늘 산행  지루할텐데.. 걱정이 되네...

 

콧노래를 흥얼흥얼  바람이 장난 아니다...

집안에만 있어서 그런지 그닥 춥단 생각이 안들어  방한에 신경을 안쓰고 왔는데  손 시렵고 계속 걸어도 몸에 느끼는 한기는 어쩔수가 없다..

3시40분에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

빠른 걸음으로 오지 않아서 그런지 밥 먹고 올라온게 소화도 안되  배가 고프단 생각도 안든다.

일단 보온병에 담을 물만 필요해 물만 끓여서 보온병에 담고  바람때문에 너무 추워서 

 배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준비한 치즈를  먹고  노고단 정상으로  출발  (4시30분)

 

'한국 사람은 밥심이 최고여!!'  라는 말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치즈로 배를 채웠지만  자꾸만 속에서  드는 한기 때문인지

발걸음도 무겁고  해마다 가는 길인데도  아직 해가 안떠서 그런지 지루한 느낌이 들어 진행 속도는  더뎌 가고..

 피아골로 빠지는 갈림길쯤 왔는데  잠이 쏟아져 실눈 뜨고 가다가  앞에 있는 나무에 부딛칠뻔...ㅋㅋㅋ하는가 하면

임걸령에  오기 직전엔 역시나 쏟아지는 잠을 주체 하지 못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진행을 하다가

 바람에 나무가 쓰러진 것인지  길에  나무가 비스듬이 쓰러진것이 하얀소복 입은 여인상처럼 보여서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덕분에  잠이 확 달아나기도 하고....

노루묵 삼거리에 와도 아직도  해가 뜰 기미는 보이지 않고  보통 같으면 반야봉이라도 올라갈 생각도 들겠지만

오늘도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그냥 지나치고  삼도봉에 도착을 하니 드뎌   지평선 너머로 붉은 기운이 보이기 시작을 한다.

일찍 시작을 한 탓인지 그런 여명을 보면 내가 왜 산행을 하게 되는지  동기부여가  될수 있어서  좋고  이런 풍경들이 모두 다 볼수 있는게 아니고

특별한 날 그것도 이른 시간에만...

이런 생각들이 들어서 그런지 걸음을 걷는 다리도 힘이 생기기 시작 ..

 

걸음이 늦어서 그런지 나보다 훨씬 늦게 출발을 한 팀들이 한팀 두팀이  삼도봉에 모이고

몇면분들은 빠른 걸음으로 가면 토끼봉에서 일출을 볼것이라 기대를 하며 신나게 진행들을 한다...

화개재쯤에 오니 드뎌 일출은 못보지만  저 멀리 산너울이 너무도  좋다..

군데군데 바람에 눈들이 쌓여서 럿셀이 지워지기도 하고  보통 같으면 보이지 않을  산너울들이 오늘따라 너무 좋다....

여전히 바람은  심하게 불어서 카메라는 흔들거렸지만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연하천 산장에 10시쯤이면 도착이  가능할것 같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는  길로  접어 들면서 심하게 불던 바람소리도 잔잔 해지고 인기척 없는 숲길을 혼자 걷는 기분은  뭐에 홀린듯하다..

숲길을 지나고  몇번의 오르막을 지나고 나니   맑은 하늘이 열리고 토끼봉 푯말이  눈 앞에 보인다  

날은 더없이 좋고 새벽녁  거세게 불던 바람은  잔잔한 호수처럼 살랑살랑하게 따스한 햇빛과 함께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고..

연하천으로 이어지는 계단들이  눈에 들어 오고   사람들의 인기척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연하천 산장 도착  10시8분이다...

노고단에서 밥을 안먹고 치즈만 먹어서 그런지  배가 허기진 듯 하다

라면 반개와   김치를 넣고 끓여서   햇반 반개로 점심을  떼운다

새로산  버너가 자꾸 말썽을 부린다...

가솔린이 새어나와 주변이 불이  활활 타버리고  에어 주입을 한참 하고 나면 겨우 괜찮아진다..

뭐가 문제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산행 끝나면 알아봐야 할것 같다

 

콧물이  산행 내내 흘러 나와 콧물을 닦아서 그런지  코 밑 인중이 헐어서 아프고   코끝은 바람에  노출이 되어서 빨개지고

이번 산행이 끝나고 나면  또 얼음 어는것 아닌지 걱정된다

연하천에서 휴식을 취하고 벽소령으로   출발  (11시18분)

벽소령으로 이러지는 길은 여름에 오면 지루한 길인데도  눈이 쌓인 길이라      하얀 눈밭에 푹신푹신한 감촉들이  발끝으로 전해져 온다

그 덕분에 기분도  좋고  날 선택도  탁월한것 같다...ㅋㅋ

밥을 배불리 먹고 출발은 했지만   벽소령 가는 오르막 길에서는  잠이 몰려온다

 

철인이 아닌 담에야   잠 안자고 오기엔  조금은 무리한 산행이라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되어진다

응달진곳   얼음이 얼린 구간에서 내리막을 오다가 주르륵  미끄러져  눈 길에 엉덩방아를 쪄도  눈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들이  좋다

벽소령까지는 2시간이  소요된다

연하천 먼저 출발한 팀들이  벽소령에서  휴식중이고   커피 한잔을 권한다

졸음 때문에  피곤 했는데 잘됬다 싶었다...

 

한분은  휴가기간이 길어서 오늘은 벽소령에서  자고 이튿날  장터목에서   세째날은  치밭목에서 잔다고 한다

두분이 같이 온 팀은  세석으로 간다고  먼저 일어나고   벽소령에서 잔다는  분에게 인사 나누고 나도  오늘 마지막 종착지  세석산장으로  향한다

거리는 6.3km   4시간 정도 걸린것으로 예상되고   이 시간을  잘 맞추면 일몰도  볼수 있을것 같고

일부러 빨리 걸을 필요도 없을것 같다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 풍경  감상 하고 가기엔  좋은 시간이고   어두어지기 전에 들어 가기만 하면 그만 일것 같다

선비쌤에 물이 마르지 않고 흐르고 물소리가  입구에서 부터 들려온다...

지난해  여름에   왔을땐  세석산장까지 안가고 이곳에서 비박을 하는분들을  본적이 있는데

조바심에 그분들을 보니 먹고 남은 음식물이나  기타 다른 쓰레기들을  치우지 않고 그냥 가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주변을 보니  생수병  한개가 땅속에  뭍힌게 눈에 띤다

 

그거 외엔 비교적  깨끗하다

한모금 물을 마시고 다시  배낭 챙기고  3.9km  남은 세석으로  발길을 돌린다

날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다

 

 항상 혼자서 산행을 하면 외롭고 지루하지 않냐구 질문을 받는데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주변을 보면서 풍경에 감탄을 하면서  스스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하고 

혹은 머리에   익은 음악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하고

 

하지만  홀로 걷는 산행길이 지루함이  전혀 없다면 것도 거짓말일거다

선비샘을 지나서  칠선봉으로 가기 전까지는 길은  단조롭고 조금은 지루함 마저 드는 길이다

피곤함도 몰려 오고...  주변에 조망을 구경할 곳이 오면  쉬었다 가야 할것 같다...

빛이 잘 드는  칠선봉에서  한참동안 쉬었다

화엄사에서부터 다망온 사진 풍경들을 감상도 하고  잠시 눈을 감고  휴식도 하고...

 

세석이 가까워 오는데 태양은 여전히 강렬하고  입춘이 지났다고 하나  해가 저물고 있어서 그런지  조금씩  추워지고 있는게 느껴진다

세석까지 1.4km를 남겨두고  긴  계단 입구다...

이곳에서  두세번은 쉬고 가야 할것 같다

행동식을 준비 하긴 했지만  치즈 초코렛 캬라멜 맛밤이 전부다

사진을 찍느라  천천히 걸어다니니 소화가 되지도 않아서  행동식도 잘 먹지 않으니  배낭 무게가 줄어들지도 않는다

아마도 이곳 계단에서 초코렛과 캬라멜을 먹고 가면  세석에서는 밥도 안먹고 먼저 잠부터 잘것 같지만 일단  허기져 오는 배를 채우기엔

이만한 행동식도 없는듯 하다

 

긴 계단을  끝나고  영신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보인다...

영신봉 을 알리는 푯말들 사이로  일몰이 시작되고  있는게 보인다

낼 아침에  촛대봉에서 일출을 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산에서 일출을 보는게 그리 흔하지가  않기 때문에

이거라도 담아 놔야 안심이  될것 같다

셔터를 열댓번  누른 담에  산장까지 600m  남았지만 내리막이라   천천히  걸어서 간다

드뎌 오늘의 종착지 세석산장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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