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인가 4년전인가 정호와 함께 독주골로 해서 서북능선을 계획을 했다가 실패
그 이듬해 수해지역이었던 12선녀탕으로 해서 귀떼기청 한번 갔다가 중간에서 탈출
겨울에 계획만 세우다 못간 서북능선..

그래서 이번엔 정호대신 나홀로 새벽에 남교리에 하차(이번엔 끝까지 가고 말 거란 비장한 각오와 함께..ㅎ)
산행을 시작을 했다
안산 갈림길에 오기도 전에 주변에 안개 때문에 길을 긿을까? 노심초사 했는데
갈림길에서 결국 두어 발자국 가다 말고 길을 끈긴것을 안 난 다시 뒤돌아갔다
방향 감각 까지 잊어 버려서 그 주변에서 빙빙 돌다가 텐트 치고 자고 있는 산님에게 물었다

대승령 방향좀 알려달라구..
장수대 방향이라고 써진 팻말을 찾으라고 한다...
겨우 찾았다
대승령 도착 5시가 좀 안된 시간인데 바람이 너무 불어서 바로 서북능선 방향으로 출발
귀때기청까지 6km 인데 일출이나 주변 조망을 뛰어나면 사진 찍으려고
카메라를 따로 메고 일부러 천천히 걸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귀떼기청봉 4km 지점에 와도 여명은 물론 해가 떠오를 기미도 안보인다...
안개가 자욱한걸 알았지만 이정도일줄을 생각은 못했는데...
오늘 조망은 다 봤군...
그래서 터벅 터벅 걷고 또 걷고..
지리산 종주때보다 더 지루하다....
가도 가도 사람도 없고 조용한 산길을 혼자서 걷자니 슬슬 배가 고파온다....
날진 물통 1L 짜리 두개.. 0.5L 몰통 한개 보온물병0.5L
총 3L 물이 든 물통과 버너에 코펠에.반찬 행동식에 여벌옷..거기에 잠도 안자고 걷는 내겐 드뎌 8시가 넘어서면서
체력의 한계가 온다

나무에 기대어서 꾸벅꾸벅
밥 하다 말고 꾸벅 꾸벅 오르다 말고 잠시 쉬기만 해도 쏟아지는 잠을 어쩌지 못한 탓에
비몽사몽 했고...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엘도라도를 찾는 사람들처럼 뭐가 분명한 목표의식이 있었던것 같았는데
갑자기 날씨 탓인지 목표의식이 잊어 버려서 그런지
힘도 없어지고 산행도 천천히 하게 되었다...
귀떼기청봉 근처에 와서야 장수대에서 올라온 산님 일행들도 보이고

너무 추워서 오래 서 있기도 힘들었다
주변에서 바람이 안 분 지점에서 밥을 먹고 오늘 최종 목적지인 덕주골로 하산 할지 말지...
궁리 하다 일찍 집에 가고 싶어서 걍 한계령으로 하산을 하기로 굳혔다...
속초에 도착해 이곳으로 오는 버스 시간이 상당히 남았는데 표가 매진이란다...
그래서 다시 강릉으로...
강릉에서 3시간 기둘려 겨우 막차를 탈수 있었다...
그렇게 고생을 해가면서 한 산행이 그날은 좀 아쉬움이 남은 산행이었는데 막상 사진작업을 하면서 보니

나름 운치있는 안개에 밤새 산을 조용히 걷었던 그때 상황이 돌이켜 보니 좋았던 생각이 난다..
그날 겨울에 서북능선은 가면 상당히 고생할것을 생각해 가지 말아야지 싶었는데
막상 다시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은건 뭘까...
정말 난 산에다 보물을 숨겨 둔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산이 좋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 받고 싶지 않을만큼...